낯선열대.

2014. 7. 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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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w(gh)t.

카테고리 없음 2014. 7. 26. 11:48
전쟁으로 인해 과학이 편향적으로 발달된 시대. 하고자만 한다면 차원을 넘나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이유로 이론은 존재하나 실물로 구현되지는 않는 시대.

군인과 민간인의 빈부격차가 극과 극을
달리며 정부주도하에 정보통제가 극심함.

땅덩어리는 크나 살기 적합한 곳은 극히 제한적이며 그나마도 위협이 되고 있어 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곳은 가차없이 버려지고 그럭저럭 도시라 불리는 곳은 본래 군의 거점에 민간인들이 생존을위해 몰려든곳임. 따로 지원이 없기에 하급계층의 슬럼가가 외곽을 차지한다.


Posted by wel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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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님-이별

orgnl 2014. 3. 30. 15:01

만나야할 때가 되었기에 드디어 만났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끝을 이야기한다.

알고 있었기에 당혹스러워할 것은 없으며, 눈앞의 남자도 차분해 보인다.

다만 이 침묵은, 이런 '점잖은' 헤어짐 앞에서의 말을 고르는 단계정도 일 것이다.


A. 우성의 알파로 태어난 이 남자에게 헤어짐은 꽤 흔한 일에 속했다. 상대의 성별을 가리지않았고 주로 자신이 헤어짐을 먼저 선언하는 쪽에 속했다. 그들의 반응은 주로 놀람, 분노, 슬픔이었고 갖은 감정이 쏟아지지만 결국은 같은 반응에 여러가지 대응을 해본 결과, 깔끔한 사과와 가차없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게 가장 좋은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이별의 종류는 확실히 기존의 것들과는 달랐다. 어떻게 다른지 단언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그리고, 너무 길었다. A는 자신의 앞에 앉은 남자를 다시 관찰한다.

연인이 되기전에 자신이 사준 하얀셔츠를 입고 이곳에 왔다. 가난한 편에 속했던 그는 그 옷이 좋아서 라는 이유로, 또 입을 옷이 없는 날에도 저걸 입었다. 새 옷을 몇벌 더 사주었지만, 처음 관계를 가진 그날에도 그는 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낡아감에도 강박적으로 깨끗한 하얀색의 셔츠아랫단, 끝단추에서 한마디정도내려가면 흩뿌려진 좁쌀여드름같은 핏자국이 남아있다. 격렬한 정사와 배려없는 절정, 무자비한 사정의 끝에 뽑아낸 페니스에서 튄 피가 묻은 것이다. 옷에 묻은것은 미미했고 배에 튄것은 처참했다.


그날에 대해선 죄책감이 없다. 그 또한 그날을 기억하되 아픔으론 남아있지 않을것이다. 그만큼 열정적인 섹스를 했다. 그러나 그만한 열기를 가진 사랑을 했던가? A는 부끄럽게도 확신할 수 없었다. 눈앞의 남자는 그런 남자다.

미리 약속된 헤어짐앞에 첫섹스의 흔적이 남은 셔츠를 입고 오는 남자.


긴 시계침이 시계를 반절이나 여행했다. 길어지는 침묵에 A는 점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그를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더이상은 무리다. 무표정한 얼굴, 안본 새 갸냘퍼진 몸은 그를 더욱더 신경질적으로 보이게했다.

말을 찾는다. 두어 달전, 우연히 먼 발치에서 본 그 남자의 배가 불러있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 사실 내내 머릿속한켠에 있었다. 애써 그의 흔적을 겨우 지워내고 쾌적한 생활을 하던 도중에 마주친 우연은 이렇게 그를 다시 만나기까지 머릿속을 헤집어대었다. 커다란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채 비닐봉지에 찬거리를 가득 들고서 횡단보도에 서있던 남자는 몹시도 지쳐보였었다. 지금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배는 홀쭉하다. 살도 그만큼 빠졌다. 처음만났을때의 그는 꽤 육감적인 몸매를 갖고있었다. 점점 살이 빠지긴했지만 이렇게까지 빠질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관능적이다 못해 이제는 퇴폐적이었다.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A는 묻지 못한다.


아기는.. 낳은거야?


A는 마른침을 삼키곤 냉수를 들이켰다. 입에서 나오는 순간 저 남자는 여기 있는 이 그 누구도 상상하지못할만큼 사나워질것이다.

 

"어떻게 지냈어?"

 

A는 깔끔한 헤어짐을 위해 형식적인 사과의 말과 가차없는 이별의 말도 준비했었다는걸 이제야 기억해냈다. 질척질척해지기전에 빠르게 잘라내고 헤어질 계획을 세웠었다. 애초에, 만나지않았으면 더 깔끔했을텐데.

 

다식은 커피잔-어짜피 마시지도않을거였기에 아무렇게나 주문했던-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자의 눈이 천천히 움직인다. 눈썹위를 조금 넘는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기다란 눈은 짙은 쌍커풀에 반쯤 감긴것만 같은 인상을 주면서도 오히려 차가워보인다. 그런 눈길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보면 그는 한쪽입술을 비틀어 의미모를 미소를 짓는것이다. 그러면 A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했다. 일전의 어쩔줄몰라하는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 어서 이 기분을 벗어버리고 싶어지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불쾌한것같기도했으며, 어서 달아나고픈 공포와도 비슷했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떨림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싫은 감정이라는 것이라 정의하기엔 어딘가 아쉬웠다. 묘한 기분. 그 기분은 그를 만난 이래 헤어짐에 목도한 이 순간까지 정체를 알리지않은채 낡지도 않고 다시 이렇게 살아나는 것이다.

 

A는 얼른 잔을 다시 들었다. 물이 비었다. 사실 마시지않아도 상관없었다. 무어라도 해서 그 기분에서 얼른 달아나고싶었다. 이제 더이상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게되겠지만 일종의 버릇이다. 새삼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아쉬움이 생겼지만 여전히 마주할 자신은 없다. 그런 자신을 관찰하는건지 방관하는건지 그는 입술을 다문채 있다 작게 숨을 내쉰다.

 

"알면서 묻는건 아니지?"

 

평이한 어조인데도 비수로 쿡 찌르는것같다. A는 인상을 쓰며 일부러 등을 쇼파에 기대며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 시선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만지는척 이마를 쓸었다.

 

"말싸움은 관두자. 피곤해지니까."

 

잘지내냐는멍청한질문은 아니라서다행이네. 당연히  잘지냈지. 아니 못지냈어. 더럽게지냈지. 숨만쉬면서. 저주하면서.

 

말하지않아도 쏟아질 칼날들이 미리 가슴을 한번씩 쓸고 간다. 이미 피곤해져버렸다. 지금 당장에 쏟아진대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남자는 날카로워지지않는다.

 

"생각을 좀 했어."

 

A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꽂힌다. 그는 여전히 차분히, A의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그 얼굴 그대로 A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론은 같았지. 우린 안돼."

 

A는 말의 끝에 순간적으로 지나간 남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체념. 그것이 정답인가, 하면 또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다년간 그를 보고 느끼면서, 방금 얼핏 스쳐간 얼굴의 표정은 처음 보는 것이다. 그 표정이 뜻하는것을 유추하자면 어쨌던 가장 가까운것은 체념으로 보였다.

 

우린 안돼 라는 말이 뒤늦게 폐를 파고 들어온다. 갑갑했다. 이미 알고 있었잖아. 말을 하고 싶어도 애꿏은 기침만 내뱉으며 말을 삼켰다.

 

A는 엄지와 검지를 문지르며 다시 혼자서 과거로 돌아간다. 우리가 안되는건 처음부터 정해져있었을까? 어디서부터 문제였던거지. 온도차를 맞추려 애써 그에게 관심을 덜어내던 그때부터?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 있다는 말을 무시했던 그때부터? 줄기차게 울리는 전화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받지않았던 그때?

 

"무슨 생각해?"

 

A는 아, 하며 조금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할줄 알았던 그는 조금 쓰게-그리고 상냥하다고 할 수 있을것만같은- 웃음을 띈채 자신을 바라보다 가방을 챙겨 들었다.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으니, 일어날게. 만날 필요도 없었던것같아. 시간낭비했네."

 

날카로와진 말투로 거침없이 몸을 일으키며 뒤돌아서는 모습에 A는 당황하며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A도 기분이 나빠졌다. 항상 이런식이다. 너는 달아나고, 나는 잡으려 애쓰고. 그게 질렸지. 그리고 다시 소름이 돋는다. 불쾌한 묘한 감정. 예전에든 어떻게해서든 떨쳐내려 입을 맞추기도하고, 끌어안기도하고, 뒤돌아섰던적도...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까?

 

"뭐하는거야? 이제와서."

 

진부한 말에 스스러워 웃는다. A는 웃을 수가 없었다. 분명 그저께까지만해도 아주 상쾌했다. 어제 그의 전화를 받았을때에도 제법 괜찮았다. 잠깐이면 끝날일이었다. 궁금한것도 몇개있었지만 쿨해지기로했었는데, 이렇게나 흔

 

"..낳았어?"

 

이 질문은 하지않기로 했었는데. 하면 안되는 짓을 했을뿐더러 타이밍도 좋지않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딱딱해지는게 보인다. A는 침을 삼켰다. 그와 같이 창백해진다.

 

"역시, 알고 있었지? 알면서 그랬지?"

 

그가 팔을 거칠게 빼냈다. 손이 떨렸던것같다. 비명이라도 지를것같은데, 그는 여전히 소리지르지않고 조용히 분노한다. 너무 많이 변했다. 1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너무 많이 변했다. 적응할 수가 없다. 그것이 마치 ... 엄마가 되었단 말같아서 A는 먹먹해지고있었다.

 

"죽길 바랬지? 차마 니손으로는 죽이지 못하겠고, 굶겨 죽이려던 심산이지? 알아.. 알고 있었어. 그럼 그렇지. 넌 잔인하고 비열한 새끼야... 니아이인지도 못물을만큼 겁많고 소심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렇게 잔인해.."

 

A는 대답하지않는다. 갑자기 딴 생각이 들었다. 흰셔츠가 불쾌했다. 이왕이면 그냥 다 빨갛게 만들어버릴걸. 그가 강간당한뒤 구역질을 시작하면서 뒤틀린 그날에, 이 셔츠 색이 붉게 변해버렸다면 아마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않아도 됐을텐데. 핏발이 선 목을 눌러보고 싶어졌다. 그가 그냥 예전처럼 소리지르고 햘퀴고 도망가버리면 자신도 똑같이 소리지르고 때리고 제압하고 그리고 실컷 울린다음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될텐데. 그는 소리지르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고 그렇게 그저 바라보면서 자신을 혐오하고있다.

 

"말해주지않을거야. 애가 있는지, 없는지. 니애인지, 다른놈애인지도 말하지않을거야. 그렇게.. 숨어서 살아."

 

"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던가? 굶어죽지않으려고 발광했지. 멍청한 너는 내가 남에게 몸이나 대주면서 살았다고 착각하고 있었겠지? 마음대로 생각해! 어짜피 너는 그런생각밖에 못하니까... 나는, 그래도 니가 철이 들어서... 돌아올줄알았어. 착각이야. 우린 안돼. 안돼."

 

돌아선다. 저건 도망가는게 아니라서 못따라갈것같다고 A는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흔들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섹스가 하고싶다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혹시나 자신을 닮아 멍청한 다리가 따라갈까봐 일부러 주저앉았다.

 

나를 기다렸을까? 내 아이도 아닌 걸 뱃속에 품은채 자신을 생각했을까? 더럽다. 그런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두자며 그를 내팽겨쳤다. 그럼 그는 온전히 자신의 아이를 받기위한 몸이 되어 돌아와 제 다리사이에 무릎을 꿇어줄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고, A는 아쉬웠지만 금방 그를 잊은채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며 잘 살아왔다. 그래. 이번일도, 그도 모든걸 금방잊고 아무일 없던것처럼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을것이다.

 

A는 문득 쇼윈도너머를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그의 실루엣을 찾았다. 낯설고 작은 덩어리를 품에 안은채 또다른 낯선 이와 걸어가는 남자를 보며 A는 작게, '거봐. 내 애 아니잖아.' 하고 중얼 거리며 다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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